우리는 왜 덜 행복할까?

영국 코미디언 지미 카의 영상을 보고 적어 두는 짧은 메모

삶은 역사상 가장 좋아졌는데,
우리는 왜 덜 행복할까?

아침에 수도꼭지를 돌리면 따뜻한 물이 나온다. 냉장고를 열면 먹을 것이 있고,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너무 당연해서 감사할 일로 쳐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왕도 누리기 어려웠던 것들이다. 겨울 아침에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왕은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지금과 비교가 되지 않았고, 흔한 감염 하나에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 심심하면 궁정 광대를 불러야 웃을 수 있던 시절에, 우리는 소파에 누워 손바닥만 한 화면으로 세상 모든 오락을 꺼내 본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대를 산다. 그런데 왜 이 정도로 만족스럽지는 않을까.

하나, 좋은 것에는 금방 익숙해진다

이유의 절반은 적응이다. 사람은 좋아진 환경에 놀라울 만큼 빨리 익숙해진다. 온수가 나오는 집으로 처음 이사한 날은 감격스럽지만, 한 달만 지나면 그냥 ‘집’이 된다. 새 차도, 월급 인상도 마찬가지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부른다. 삶이 나아진 만큼 기준선도 같이 올라가 버리니, 체감 행복은 제자리걸음을 한다. 이미 가진 것은 배경이 되고, 아직 못 가진 것만 눈에 들어온다.

둘, 진짜 문제는 옆집이다

나머지 절반은 비교다. 예전에는 비교 대상이 이웃과 친척, 동창 몇 명이었다. 지금은 손안의 피드가 전 세계 사람들의 가장 좋은 하루를 쉬지 않고 보여 준다. 남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내 일상의 편집 안 된 원본을 나란히 놓고 보는 셈이니, 결과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부족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남을 보느라 이미 가진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독설 코미디언이 내놓은 행복의 공식

이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 하필 지미 카(Jimmy Carr)다. 감정 없는 표정으로 짧고 날카로운 농담을 빠르게 던지는 ‘데드팬 원라이너’의 대표 주자이고, 수위 높은 농담으로 논란도 자주 일으키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행복을 이야기하는데 의외로 진지하다.

지미 카는 누구인가

1972년 런던 아이즐워스 출생. 아일랜드 리머릭 출신 부모 밑에서 영국에서 자랐고, 영국·아일랜드 이중국적자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사회·정치과학을 전공하고 최우등으로 졸업한 뒤 정유회사 셸(Shell)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다. 20대 후반에 회사를 나와 코미디언이 되었고, 채널4의 《8 Out of 10 Cats》, 《The Big Fat Quiz of the Year》 진행과 넷플릭스 스탠드업 스페셜로 이름을 알렸다.

영상에서 그가 정리한 행복의 공식은 이렇다.

지미 카의 행복 공식 행복 = 삶의 질 − 타인에 대한 질투

삶의 질은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는데, 뺄셈 항목이 그만큼 커졌으니 답이 시원찮은 것이다. 코미디언다운 계산법이지만 곱씹을수록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더하기보다 빼기

행복을 높이는 방법으로 우리는 보통 덧셈을 떠올린다. 더 벌고, 더 사고, 더 이룬다. 그런데 공식대로라면 뺄셈도 같은 효과가 있다. 그리고 뺄셈은 대체로 돈이 안 든다.

질투를 아예 없앨 수는 없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그건 기본 탑재 기능에 가깝다. 다만 얼마나 자주, 누구와 비교하느냐는 어느 정도 고를 수 있다. 남의 근황을 확인하는 횟수를 줄이고, 가끔은 비교 대상을 옆집이 아니라 과거로 돌려 보는 것이다. 어제의 나와 비교해도 좋고, 온수 샤워 한 번 못 누리고 살다 간 옛 왕들과 비교해도 좋다.

오늘 아침 뜨거운 물로 샤워했다면, 이미 어느 왕보다 나은 하루를 시작한 것이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다만 옆집 피드를 열기 전에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