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처인데, 왜 누구는 더 단단해질까요
출처: “세바시 442회(1) 외상 후 성장, 아픔이 선물이 됩니다” — 최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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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 확인:
APA, “Growth after trauma” ·
ScienceDirect, Posttraumatic Growth 개관
며칠을 꼬박 앓아누운 적,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열이 오르고 천장만 보고 누워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 낫고 나면 “그때 아파 보길 잘했다” 싶은 순간이 옵니다. 식습관을 고치기도 하고, 미루던 전화를 먼저 걸기도 하고요. 아픔이 지나간 자리에 뭔가 좋은 게 남는다는 게,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한 일입니다.
왜 누구는 무너지고 누구는 달라질까요
같은 사고, 같은 진단, 같은 이별을 겪어도 사람마다 그 이후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일 이후로 오랫동안 깊은 우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데, 어떤 사람은 똑같은 일을 겪고도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예전보다 더 단단해지고 더 소중한 걸 알아보게 됐다고 말합니다. 같은 무게의 돌을 맞았는데 결과가 이렇게 갈리는 걸 보면, 그 사람이 원래 강하냐 약하냐의 문제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아픔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
심리학에서는 이 차이를 ‘얼마나 그 일을 자꾸 떠올리느냐’보다 ‘어느 방향으로 떠올리느냐’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 일이 자꾸 떠올라 괴롭습니다. 그런데 이 떠올림이 ‘왜 하필 나에게’ 하는 되새김에 머무르면 더 깊은 우울로 가라앉고, ‘그 일이 나에게 무슨 의미였을까’로 찬찬히 넘어가면 거기서부터 달라진다고 합니다.
아픔이 선물이 된다는, 조금 뻔뻔한 이야기
이 내용을 다룬 짧은 강연에서, 의대생인 한 강연자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아픔을 꽤 겪어 왔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라는 개념을 만나 큰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 대부분은 처음에 우울에 빠졌다가 시간이 지나며 회복하지만, 일부는 회복하지 못하고 더 깊은 우울로 가라앉습니다. 이걸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또 다른 일부는, 트라우마를 겪은 뒤 오히려 예전보다 더 행복해지고 더 성숙해진다고 합니다. 이 개념을 처음 연구한 학자들은 그 성장이 나타나는 영역을 다섯 가지(삶에 대한 감사, 관계, 새로운 가능성, 내 안의 단단함, 깊어진 삶의 눈)로 정리했습니다. 강연자는 자신이 심하게 아팠을 때 지난 삶을 반성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는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외상 후 성장’은 아픔을 미화하자는 말이 아니라, 아픔 다음에 두 갈래 길이 있고 그중 하나는 더 나은 쪽으로도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모든 아픔이 모든 사람에게 저절로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건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곁에서 들어 주는 사람이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다시, 오늘 아침
다시 아침입니다. 어제의 작은 서운함이나 며칠 전 몸살이 아직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일을 “왜 나한테만” 쪽으로 또 꺼내 볼지, “그래서 내가 뭘 알게 됐지” 쪽으로 꺼내 볼지는 사실 제가 고를 수 있는 부분이더군요.
- 최근에 겪은 힘든 일 하나를 떠올려 봅니다. 그 일 때문에 전보다 조금이라도 달라진 게 있는지 가만히 찾아봅니다.
-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빨리 잊어버려”보다 “그 일로 뭘 느꼈어?”라고 물어봐 줍니다.
- 괴로운 기억이 떠오를 때, 한 번만이라도 “이게 나한테 무슨 의미였을까”로 질문을 바꿔 봅니다.
아픔이 선물이라니, 솔직히 다 나은 다음에야 할 수 있는 말 같습니다. 그래도 그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걸, 저는 이번에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