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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자동차는 비교하지 않으면서

2026.09.24

사과와 자동차는 비교하지 않으면서

2026.09.24

출처: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사람들의 특징? 한국의 비교문화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 [타인의 심리 읽어드립니다 EP.21]” — 사피엔스 스튜디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 영상 보기
교차 확인: Festinger(1954) 사회비교 이론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휴대폰을 열면 단체 대화방이 먼저 인사를 합니다.

누구는 여행을 갔고, 누구네 아이는 상을 받았답니다. “좋겠네” 하고 이모티콘을 누르는데, 엘리베이터가 1층에 닿을 즈음 제 기분은 이상하게 몇 층 내려가 있습니다. 축하는 진심이었는데 말이지요.

축하하면서 조금 작아지는 마음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말은 다들 압니다. 그런데 비교는 결심보다 빠릅니다. 눈에 보이는 순간 이미 끝나 있으니까요.

영상에서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 중 가장 뜨끔했던 건 이것입니다. 제일 아픈 비교는 “너는 왜 그것밖에 못 하니?”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 친구 차 참 좋더라”로 시작하는 말이라는 겁니다.

남 칭찬으로 시작하니 내 이야기인 줄 모르고 방심합니다. 그러다 “네 것보다 훨씬 낫던데”가 붙으면, 준비 없이 한 대 맞은 셈이 됩니다. 한쪽을 올리는 일과 다른 쪽을 내리는 일이 한 문장 안에서 동시에 일어나니 아픔도 두 배라는 거지요. 단톡방의 여행 사진이 딱 그렇습니다. 아무도 저를 깎아내리지 않았는데, 저 혼자 올리고 내리고 다 했습니다.

비슷할수록 더 잘 보이는 차이

그럼 우리는 왜 이렇게 비교를 잘할까요. 교수의 설명이 재미있습니다.

사과와 자동차는 아무도 비교하지 않습니다. 너무 다르니까요. 그런데 SUV와 세단은 누구나 비교합니다. 비슷하기 때문에 차이가 더 잘 보이는 겁니다.

우리는 비슷한 나이에 입학하고, 비슷한 나이에 졸업하고 취직합니다. 월드컵 때는 온 국민이 같은 색 옷을 입지요. 게다가 아파트, 차, 가방까지 대략 얼마인지 다들 압니다. 서로 닮았고 가격표까지 보이니, 비교하기에 이만큼 좋은 조건도 드뭅니다.

이건 교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닙니다. 1950년대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사회비교 이론’에서, 사람은 뚜렷한 기준이 없을 때 남을 잣대로 삼고, 그중에서도 자기와 비슷한 사람과 견준다고 했습니다. 학자들은 이를 ‘유사성 가설’이라고 부릅니다. 저도 빌 게이츠의 통장은 궁금하지 않은데, 동창의 새 차는 자꾸 눈에 밟힙니다.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교수는 비교하는 사람의 뿌리를 “자기만의 기준이 없는 것”에서 찾습니다. 기준이 없으니 남을 자로 빌려 쓰는 겁니다.

그렇게 빌린 자로 재다 보면 두 가지가 갈라진다고 합니다. 남이 가졌으니 나도 갖고 싶은 ‘Want’와, 남과 상관없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Like’입니다. 둘이 어긋나면 두 배로 애쓰고도 절반만 행복하다고 하네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의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도 그 자리에서 나옵니다.

제 식으로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비교의 괴로움 = 남 따라 원하는 것(Want) −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Like)
둘 사이가 벌어질수록 괴로움도 커지는 셈이지요.

저는 이렇게 해 볼까 합니다

  • 단톡방 사진 앞에서 기분이 내려가면, 속으로 물어봅니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거야, 남이 가져서 갖고 싶은 거야?” 대개 답은 금방 나옵니다. 조금 민망하게요.
  • 비교를 아예 끊기보다 대상을 바꿔 봅니다. 교수가 권한 건 ‘작년의 나’와 견주는 것입니다. 이 비교는 나를 깎지 않고 방향을 알려 줍니다.
  • 남에게 감탄받는 것 말고, 스스로에게 감탄할 거리를 하나 만들어 봅니다. 교수는 새로 배우는 일을 권했습니다. 붓글씨든 당구든 “어, 이게 되네?” 하는 순간이 쌓이면 남의 자를 빌릴 일이 줄어든다고요.
  • 누구도 물 만 밥에 김치 얹어 먹는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끔 떠올립니다. 단톡방은 모두의 하이라이트 모음이니까요.

그러니 내일 아침 엘리베이터에서는 사진부터 넘기지 말고 거울 속 저를 먼저 한번 봐야겠습니다. 적어도 거기엔 비교할 상대가 저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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