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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에 ‘경외감’을 한 스푼 넣으면 생기는 일

2026.10.12

산책에 ‘경외감’을 한 스푼 넣으면 생기는 일

2026.10.12

출처: “How Awe Awakens & Heals the Brain” — Dacher Keltner & Jim Kwik · 영상 보기
교차 확인: UCSF, “‘Awe Walks’ Boost Emotional Well-Being”, UC버클리 Greater Good Science Center, “Awe Boosts Health”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휴대폰 확인이라는 분, 저 말고도 분명 많으실 겁니다. 커피를 내리는 3분 동안에도 화면을 보고, 심지어 산책을 나가서도 걸음 수와 알림을 확인하느라 고개를 숙이고 걷습니다. 운동하러 나갔는데 정작 바깥은 하나도 못 보고 들어온 날,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시죠.

생각을 더 할수록 무거워지는 역설

그런데 신기한 역설이 하나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 우리는 보통 “생각을 더 해서” 풀려고 합니다. 할 일을 되짚고, 걱정을 굴리고, 어제 한 말을 복기합니다. 그런데 정작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생각을 더 할 때가 아니라, 잠깐 ‘나’를 잊어버릴 때라는 겁니다. 생각을 열심히 돌릴수록 오히려 더 무거워지고, 눈앞의 뭔가에 그냥 홀려서 내 생각을 잊어버리는 순간에 되려 마음이 풀린다는 거죠.

‘경외감’이라는 감정, 그리고 산책에 더하는 법

왜 그럴까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이게 요즘 꽤 활발히 연구되는 경외감(awe)이라는 감정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버클리대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 교수는 경외감을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하는 거대한 신비와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정의합니다. 밤하늘, 오래된 나무, 누군가의 뜻밖의 선의 같은 것들 앞에서 “어, 이거 뭐지” 하고 멈추는 순간이요.

그가 한 흥미로운 제안이 경외감 산책(Awe Walk)입니다. 평소처럼 걷되, 그냥 걷지 말고 “놀랄 만한 것을 찾아보자”는 마음만 살짝 얹어서 걷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 UCSF 연구진이 60~70대 어르신들에게 매주 15분씩 8주간 이렇게 걷게 했더니, 그냥 걷기만 한 사람들보다 긍정적인 감정이 늘고 속상한 감정은 줄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분들이 걸으며 찍은 셀카를 시간순으로 늘어놓아 보니, 사진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배경은 점점 커지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웃음은 점점 커졌고요.

뇌 속 ‘자기 생각 소음’이 꺼지는 순간

켈트너 교수는 이 상태를 뇌 과학으로도 설명합니다. 평소 우리 뇌에는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해야 하고, 남들이 날 어떻게 볼까”를 끊임없이 계산하는 회로(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돌아가고 있는데, 경외감을 느끼는 순간 이 회로의 활동이 조용해진다고 합니다. 자기 생각의 소음이 잠깐 꺼지는 셈입니다.

비슷한 결로, 버클리의 다른 연구에서는 경외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일수록 염증과 관련된 체내 신호(사이토카인)가 낮게 나타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다만 이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상관관계 연구라, “경외감이 몸을 낫게 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정직할 것 같습니다. 누구나 경외감을 똑같은 강도로 느끼는 것도 아닐 테고요.
경외감은 ‘내가 작아지고 세상이 커지는 순간’이다. 그 순간은 아주 거창한 풍경이 아니어도 괜찮다.

구름이 이상하게 생긴 모양으로 흘러가는 것, 가로수 잎이 유난히 빨갛게 물든 것, 누가 무거운 문을 대신 잡아 주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아침 산책에서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어 두고, 딱 한 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기로 했습니다. 뭐 거대한 깨달음이 온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10초 동안은 할 일 목록을 잊고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정도의 ‘작은 경외감’이라면, 매일 아침 한 번쯤은 사치가 아니라 공짜로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내일 아침에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 걸 까먹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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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은 여기까지지만,
생각은 아직 이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