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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에게도 낙하산이 필요합니다

2026.10.09

펭귄에게도 낙하산이 필요합니다

2026.10.09

출처: “The optimism bias” — Tali Sharot, TED · 영상 보기
교차 확인: Scientific American, “Neural Responses Reveal Our Optimistic Bent” · Sharot et al., Nature Neuroscience(2011)

아침에 일기예보를 봅니다. 오후에 비 올 확률 70퍼센트. 그런데 저는 꼭 “에이, 그래도 안 올 것 같은데” 하면서 우산을 두고 나갑니다. 신기한 건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달에도 똑같이 속아서 비를 맞았는데, 오늘 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왜 나만은 예외일 것 같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날씨뿐만이 아닙니다. 건강검진 결과도 “별일 없을 것” 같고, 하는 일도 “이번엔 잘될 것” 같습니다. 반대로 사고나 병, 이별 같은 안 좋은 일은 늘 남의 이야기처럼 멀게 느껴집니다. 머리로는 그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그래도 나는 아니겠지” 쪽으로 슬쩍 기웁니다.

알고 보니 이건 저만의 희한한 버릇이 아니었습니다. 문화와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 대부분에게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꽤 보편적인 경향이라고 합니다.

뇌가 좋은 소식만 잘 듣는다는 연구

신경과학자 탈리 샤롯은 이 현상을 낙관주의적 편견이라 부릅니다.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과대평가하고,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과소평가하는 뇌의 습관입니다. 그의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암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실제 평균치를 알려준 뒤 다시 물었습니다. 평균보다 낙관적으로 답했던 사람들은 “안 좋은 소식”을 들어도 생각을 별로 안 바꿨고, 비관적으로 답했던 사람들은 “좋은 소식”을 들으면 재빨리 생각을 고쳤습니다.

뇌 영상을 찍어 보니, 좋은 소식을 처리하는 부위는 누구나 활발히 반응했지만, 나쁜 소식을 처리하는 부위는 낙관적인 사람일수록 조용했다고 합니다. 듣기 싫은 말은 귀에 잘 안 들어온다는 게, 정말로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던 겁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재미있는 건, 이 편견을 없애는 게 꼭 좋은 일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설문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일은 쉬는 날인 일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이었습니다. 금요일엔 주말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고, 일요일엔 다가올 월요일 생각이 스며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행복은 일이 벌어진 결과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좋은 일을 기다리는 그 시간 자체에서도 옵니다.

낙관 = 결과가 아니라 기대하는 시간이 주는 행복.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지나친 낙관 때문에 예산을 너무 적게 잡거나 위험을 가볍게 보는 일도 생깁니다. 그래서 큰 공공사업의 예산을 짤 때는 이 편견을 미리 감안해 조정하는 나라도 있다고 합니다. 희망은 그대로 두되,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계획은 따로 세워 두는 것이지요.

강연 끝의 만화가 이 균형을 잘 보여 줍니다. 난다고 믿는 펭귄이 그냥 뛰어내리면 바닥에 세게 떨어지지만, 날 수 있다고 믿으면서 등에 낙하산을 하나 메고 뛰어내리면, 비행은 못 해도 다치지 않고 사뿐히 내려올 수 있습니다.

다시, 오늘의 일기예보 앞에서

그래서 저는 이렇게 해 볼까 합니다. “안 올 것 같다”는 마음은 굳이 억누르지 않고, 다만 가방 구석에 접이식 우산 하나를 낙하산처럼 넣어 두는 것. 희망은 희망대로 품고, 혹시 모를 몫만 작게 챙겨 두는 식으로요. 오늘 오후에 비가 오면 우산을 펼치면 되고, 안 오면 그냥 가방이 조금 무거웠던 걸로 치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손해는 아닌 것 같아서, 저는 이 정도면 꽤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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