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에 ‘경외감’을 한 스푼 넣으면 생기는 일
출처: “How Awe Awakens & Heals the Brain” — Dacher Keltner & Jim Kwi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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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 확인:
UCSF, “‘Awe Walks’ Boost Emotional Well-Being”,
UC버클리 Greater Good Science Center, “Awe Boosts Health”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휴대폰 확인이라는 분, 저 말고도 분명 많으실 겁니다. 커피를 내리는 3분 동안에도 화면을 보고, 심지어 산책을 나가서도 걸음 수와 알림을 확인하느라 고개를 숙이고 걷습니다. 운동하러 나갔는데 정작 바깥은 하나도 못 보고 들어온 날,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시죠.
생각을 더 할수록 무거워지는 역설
그런데 신기한 역설이 하나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 우리는 보통 “생각을 더 해서” 풀려고 합니다. 할 일을 되짚고, 걱정을 굴리고, 어제 한 말을 복기합니다. 그런데 정작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생각을 더 할 때가 아니라, 잠깐 ‘나’를 잊어버릴 때라는 겁니다. 생각을 열심히 돌릴수록 오히려 더 무거워지고, 눈앞의 뭔가에 그냥 홀려서 내 생각을 잊어버리는 순간에 되려 마음이 풀린다는 거죠.
‘경외감’이라는 감정, 그리고 산책에 더하는 법
왜 그럴까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이게 요즘 꽤 활발히 연구되는 경외감(awe)이라는 감정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버클리대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 교수는 경외감을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하는 거대한 신비와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정의합니다. 밤하늘, 오래된 나무, 누군가의 뜻밖의 선의 같은 것들 앞에서 “어, 이거 뭐지” 하고 멈추는 순간이요.
그가 한 흥미로운 제안이 경외감 산책(Awe Walk)입니다. 평소처럼 걷되, 그냥 걷지 말고 “놀랄 만한 것을 찾아보자”는 마음만 살짝 얹어서 걷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 UCSF 연구진이 60~70대 어르신들에게 매주 15분씩 8주간 이렇게 걷게 했더니, 그냥 걷기만 한 사람들보다 긍정적인 감정이 늘고 속상한 감정은 줄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분들이 걸으며 찍은 셀카를 시간순으로 늘어놓아 보니, 사진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배경은 점점 커지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웃음은 점점 커졌고요.
뇌 속 ‘자기 생각 소음’이 꺼지는 순간
켈트너 교수는 이 상태를 뇌 과학으로도 설명합니다. 평소 우리 뇌에는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해야 하고, 남들이 날 어떻게 볼까”를 끊임없이 계산하는 회로(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돌아가고 있는데, 경외감을 느끼는 순간 이 회로의 활동이 조용해진다고 합니다. 자기 생각의 소음이 잠깐 꺼지는 셈입니다.
구름이 이상하게 생긴 모양으로 흘러가는 것, 가로수 잎이 유난히 빨갛게 물든 것, 누가 무거운 문을 대신 잡아 주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아침 산책에서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어 두고, 딱 한 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기로 했습니다. 뭐 거대한 깨달음이 온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10초 동안은 할 일 목록을 잊고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정도의 ‘작은 경외감’이라면, 매일 아침 한 번쯤은 사치가 아니라 공짜로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내일 아침에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 걸 까먹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