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과의 대화, 생각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출처: “SUSSEX@60: Why you should talk to strangers” — Dr Gillian Sandstrom, University of Sussex Alumni Netw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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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 확인:
NPR, “Why a stranger’s hello can do more than just brighten your day”,
Chicago Booth Review, “Talk to a stranger, it’ll make you happier”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눈이 마주칠 때,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봅니다. 사실 딱히 볼 게 없는데도요. 화면이 꺼져 있는 걸 알면서도 괜히 들여다보는 걸 보면, 저도 참 한결같은 사람이다 싶습니다. 인사를 건넬까 말까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안녕하세요” 한마디 대신 엘리베이터 숫자판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내리는 날이 더 많습니다.
왜 말을 걸지 않을까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마음속에 작은 계산이 돌아갑니다. 괜히 말 걸었다가 상대가 귀찮아하면 어쩌지, 대화가 뚝 끊기면 민망하지 않을까. 그런데 재밌는 건, 이 계산이 거의 늘 틀린다는 겁니다. 심리학에는 ‘리킹 갭(liking gap)’이라는 말이 있는데, 대화를 나눈 뒤 “저 사람이 나를 얼마나 좋아했을까” 스스로 짐작하는 점수와 상대가 실제로 느낀 호감 점수를 비교하면, 거의 매번 실제 호감이 더 높게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는 운전이나 일 처리는 남보다 잘한다고 믿으면서도, 사람 사귀는 일만큼은 유독 스스로를 박하게 채점하는 셈이죠.
편리함이 조용히 가져가는 것
여기에 요즘 생활 방식도 한몫 거듭니다. 신발도, 장도, 커피도 터치 몇 번이면 집 앞까지 옵니다. 편리한 건 분명한데, 그 편리함 뒤에서 우리가 조용히 놓치는 게 있습니다. 신발 가게 직원과 나누던 잡담, 계산대 점원의 가벼운 웃음 같은, 하루에 아주 작게 쌓이던 사람 냄새 나는 순간들이요. 이런 순간이 줄어들수록 사람 만나는 감각이 둔해지고, 둔해진 감각은 “나는 사람 사귀는 데 약한가 봐”라는 생각으로, 그 생각은 다시 더 피하는 쪽으로 이어집니다. 혼자 지내는 게 늘어나는 시대의 외로움은, 이렇게 조용히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원래는 극단적인 내향인이었다는 심리학자
영상 속 강연자 질리언 샌드스트롬 교수는 영국 서식스 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이 ‘별것 아닌 대화’를 오래 연구해 온 사람입니다. 재밌는 건 그녀 자신이 원래 극단적인 내향인이었다는 점입니다. 어릴 때 친척 모임에서도 책을 들고 가장 조용한 방을 찾아다녔다고 하니, 낯선 사람과 떠드는 일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었던 거죠. 그런 그가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컵케이크에 대해 한마디 건넨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낯선 사람과 나누는 짧고 가벼운 교류”, 이른바 ‘약한 연결(weak ties)’이 사람의 기분과 소속감을 꽤 꾸준히 끌어올린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를 이끌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 같은 ‘강한 연결’만큼 깊지는 않아도, 이 가벼운 연결들이 쌓이면 서로를 좀 더 믿고 덜 외롭게 느끼게 해준다는 겁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두려움은 과장되고, 호감은 과소평가된다 — 이 부등식 하나만 기억해도 꽤 쓸모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래서 저도 다음번 엘리베이터에서는, 휴대폰 대신 눈을 한 번 맞춰 보려 합니다. 거창한 말이 아니어도 됩니다. “오늘 좀 쌀쌀하네요”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니까요. 물론 내일 아침엔 또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가끔은 그 숫자판 대신 사람 얼굴을 한 번 더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조금은 재밌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