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되던 게 오늘 안 되면, 뇌는 공사 중입니다
출처: “After watching this, your brain will not be the same | Lara Boyd | TEDxVancouver” (TEDx Tal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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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 확인:
Maguire 외, PNAS 2000,
Bjork & Bjork, 바람직한 어려움
새 휴대폰 설정법을 한참 붙들고 씨름하다가, 마침내 “아, 이제 알겠다”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같은 화면을 열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분명 어제는 됐는데 말이지요. 이럴 때 저는 슬그머니 “나이 탓이지” 하고 휴대폰을 내려놓곤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본 강연 하나가 그 핑계를 조용히 빼앗아 갔습니다.
“이제 머리가 굳었다”는 말
나이가 들면 새로 배우는 게 겁납니다. 한 번에 안 되면 “역시 안 되는구나” 하는 확인처럼 느껴지니까요. 여기엔 오래된 믿음도 한몫합니다. 어른의 뇌는 이미 다 자라서, 이제 남은 변화라고는 세포가 줄어드는 것뿐이라는 생각이지요. 강연자에 따르면 불과 25년쯤 전까지는 학자들도 대체로 그렇게 여겼다고 합니다.
뇌는 평생 공사 중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뇌를 연구하는 라라 보이드 박사는 이 믿음이 틀렸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사실이나 기술을 하나 배울 때마다 뇌가 실제로 바뀐다는 것, 이것을 신경가소성이라고 부릅니다. 뇌가 찰흙처럼 계속 모양을 바꾼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이 변화는 나이로 막혀 있지 않다고 합니다.
유명한 예가 런던 택시 기사입니다. 복잡한 런던 지도를 통째로 외워야 면허를 받는 이분들은, 길을 기억하는 데 쓰이는 뇌 부위의 뒤쪽이 일반인보다 더 컸다고 합니다. 운전 경력이 길수록 그 차이도 컸고요.
제가 무릎을 친 대목은 ‘어제는 됐는데 오늘은 안 되는’ 현상에 대한 설명입니다. 박사는 뇌의 변화를 두 층으로 나눕니다. 연습하는 그 자리에서는 신경세포 사이의 화학 신호가 빨라져 금세 잘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오래 남는 기억은 신경세포의 연결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생기고, 그 공사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 다음 날 까먹었다고 해서 배움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그 자리에서 잘된다고 배운 것도 아니고요. 그냥 공사가 아직 안 끝난 겁니다.
더 반가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박사의 연구에서는 연습이 더 어렵고 더 버벅일수록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뇌 구조도 더 크게 바뀌었다고 합니다. 교육심리학에서 ‘바람직한 어려움’이라 부르는 생각과도 통합니다. 쉽게 술술 될 때가 오히려 덜 남는다는 것이지요.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다시 휴대폰 앞에서
그래도 저는 이 이야기가 꽤 든든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해 볼까 합니다. 어제 익힌 걸 오늘 까먹으면 “나이 탓” 대신 “공사 중”이라고 말해 보기. 남과 속도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보다 한 번만 더 해 보기. 그리고 버벅이는 순간을 조금 덜 미워해 보기.
박사는 이 강연을 들은 사람의 뇌가 들어올 때와 같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 분의 뇌도 방금 아주 조금 공사를 한 셈입니다. 소음은 없었으니, 이웃 민원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