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세무사 사무소의 계약 방식은 아마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종이 계약서를 출력해서 고객이 방문하거나, 아니면 PDF를 이메일로 보내고 팩스나 우편으로 받거나. 나도 그랬다. 그러다 이틀 만에 시중 유료 전자서명 서비스 부럽지 않은 전자계약 시스템을 직접 만들었다. 세무사가, AI와 함께.
왜 직접 만들었나
유료 전자서명 서비스를 쓰면 간단하지 않냐고 물을 수 있다. 그래서 알아 보니… 월 구독료가 꽤 나가고, 무엇보다 우리 사무소에 꼭 맞는 방식이 아니었다. 기장대리 계약서에는 CMS 자동이체 동의서가 붙어야 하고, 홈택스 세무대리정보 이용신청서도 같이 받아야 한다. 국세청 별지 제6호 서식이 그대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 어떤 외부 서비스도 이걸 맞춤 제공하지 않는다. 결국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미 CRM이라는 자체 세무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통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Node.js + Express + SQLite 기반 자체 CRM 운영 중. AWS Lightsail 서버. 원천세 관리, 양도소득세 검토, 증명서류 발급 신청 등 자체 개발 기능 다수. Claude Code로 개발, 브라우저 Claude로 설계·기획.
핵심 기능들
개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솔직히 말하면, 코드 자체는 Claude Code가 대부분 짜준다. 나는 뭘 만들지,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Claude Code가 실제 서버에서 작업한다. 그런데 이번에 진짜 고생한 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알림톡 하나 때문에 이틀 가까이 씨름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과정에서 Aligo API 구조, 카카오 검수 프로세스, HTTP vs HTTPS 링크 처리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게 됐다. 삽질이 곧 공부다.
AI와 함께하는 개발의 현실
“AI가 다 만들어주는 거 아니냐”는 말을 종종 보게 되고는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Claude Code는 실제로 SSH로 서버에 접속해서 파일을 만들고, DB를 수정하고, pm2를 재시작한다. 코딩 자체는 AI가 한다.
그런데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는 내가 결정한다. 홈택스 이용신청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장대리 계약서에 CMS 동의서가 왜 필요한지, 세무사 관행상 어떤 정보를 어떤 순서로 받아야 하는지 — 이건 오랜기간 현장에서 일한 세무사만 알 수 있다. AI는 도구다. 그 도구를 어디에 쓸지는 사람이 안다.
전국에 몇 개나 있을까
전국 세무사 사무소는 약 1만여 개다. 그 중 자체 전자계약 시스템을 CRM에 통합해서 운영하는 곳이 몇 곳이나 될까. 유료 전자서명 서비스를 쓰는 곳도 극소수고, 대부분은 아직도 종이와 팩스다.
나의 이 시스템은 상용 서비스와 비교해도 기능이 뒤지지 않으리라 추측된다. 그래서 우리 사무소에 완벽하게 맞춤화되어 있다. 외부 SaaS를 쓰면 절대 구현할 수 없는 것들이 들어가 있다.
만료 임박 계약서 자동 재발송 알림 / 서명 완료 시 세무사에게도 알림톡 발송 / 계약서 통계 대시보드 (월별 신규 계약, 계약 종류별 현황) / 고객 포털에서 서명 완료 계약서 조회
이 블로그는 앞으로도 세무사로서의 일상과, 그 일상을 기술로 바꾸는 과정을 포함하여 기록할 예정이다. 세무와 AI,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