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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라는 소용돌이, 나이 들수록 더 돌려봐야 하는 이유

2026.10.04

호기심이라는 소용돌이, 나이 들수록 더 돌려봐야 하는 이유

2026.10.04

출처: “This is Your Brain on Curiosity” — Matthias Gruber, TEDxUCDavisSalon · 영상 보기
교차 확인: Gruber, Gelman, Ranganath, Neuron (2014) · UC Davis 보도자료

아침 뉴스 끝자락에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코너가 나오면, 저는 다른 일을 하다가도 손을 멈추게 됩니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나무 기둥이 네모난 곳이 있다는데요.” 사회자가 운을 띄우고 광고로 넘어가면, 저는 꼼짝없이 그 네모난 나무 생각에 붙잡힙니다. 답을 모르는 채로 10분을 버티는 게 이렇게 간지러운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요.

이 간지러움의 정체가 궁금해서 찾아본 영상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매티아스 그루버 박사가 TEDx 무대에서 똑같은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하더군요. 청중에게 그 네모난 나무 질문을 던진 뒤 이렇게 묻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모른다는 사실이 마치 긁어야 할 가려움처럼 느껴지지 않느냐고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묘하게 안심이 됐습니다.

왜 궁금하면 괜히 들뜨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궁금함은 그냥 “모른다”는 상태가 아니라 뭔가를 기대하는 상태입니다. 월급날 통장을 확인하기 직전이나,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순간과 비슷한 종류의 들뜸이죠. 그루버 박사의 설명을 들으니 이게 비유가 아니라 진짜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트리비아 질문을 보여주고 14초를 기다리게 한 뒤 답을 알려주면서 뇌를 fMRI로 촬영했는데, 궁금증이 커질수록 중간뇌와 측좌핵이라는 부위가 더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이 부위들은 돈이나 맛있는 음식처럼 눈에 보이는 보상을 기대할 때 켜지는, 뇌의 ‘원하는 시스템’입니다. 즉 궁금하다는 감정 자체가 뇌에게는 이미 보상을 받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라는 뜻입니다.

바쁠수록 궁금함을 밀어두게 되는 이유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일상이 바빠질수록 이 간지러움을 그냥 꾹 눌러 버리는 데 익숙해진다는 점입니다. “그거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어” 하고 넘기는 순간들이 쌓이죠. 저도 궁금한 걸 바로 찾아보기보다 “나중에”라고 미루는 날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보고 나니, 그 미뤄둔 궁금함이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뇌가 배울 준비를 하던 순간을 함께 흘려보내는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 하나가 끌고 들어가는 것들

실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답을 기다리는 동안 전혀 상관없는 사람 얼굴 사진을 보여줬는데, 궁금증이 컸던 순간에 본 얼굴일수록 24시간 뒤에도 더 잘 기억했다는 겁니다. 정작 궁금했던 트리비아 답만 잘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 옆에 우연히 있던 것까지 덩달아 기억에 남은 거죠. 그루버 박사는 이를 소용돌이에 비유합니다. 궁금증이 일으킨 소용돌이가 주변의 다른 정보까지 함께 끌고 들어가 해마, 즉 기억을 새기는 뇌 부위를 미리 데워 놓는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이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다만 열렬히 궁금해할 뿐이다”라고 한 말이 그냥 겸손한 멘트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궁금함이 켜지면 뇌의 보상 기대 스위치가 켜지고, 그 순간 주변에 있던 것들까지 기억에 더 잘 새겨집니다.

다만 이 연구는 트리비아 질문처럼 비교적 가볍고 짧은 궁금증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 모든 종류의 호기심이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오늘 아침

그래도 저는 이 이야기를 알고 나서부터, 다른 일을하다 멈춰 서서 네모난 나무를 궁금해하는 제 모습이 조금 덜 한심해 보입니다. 그 나무는 파나마의 한 계곡에 자란다고 하는데, 솔직히 저는 이 글을 쓰면서도 그 계곡 이름을 다시 찾아보고 있습니다.

  • 오늘 하루 중에 “몰라도 그만”이라며 넘겼던 작은 궁금증이 있었는지 떠올려 봅니다.
  • 그 궁금증을 바로 찾아보는 1분을, 미루지 않고 지금 써 봅니다.
  •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명해야 한다면, 답보다 먼저 질문을 하나 던져 궁금하게 만들어 봅니다.
이 실험은 짧고 가벼운 트리비아 질문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모든 호기심이 똑같은 효과를 낸다고 일반화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궁금한 게 많아서 피곤한 하루였는데, 돌이켜보니 꽤 괜찮은 하루였던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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